비잔 정 투약 일기 (01) - 부정출혈

오래전부터 자궁내막증과 선근증을 앓고 있어서
2009년부터 약을 복용 중이다.

2009년에는 야즈라는 약을 복용했는데
여러 부작용이 있어
몇 년 후부터 클레라로 처방전을 바꿨고
까마득한 햇수로 약을 복용했다.
물론 생리 때마다 극심한 고통에 진통제를 달고 살았고,
책상 서랍, 부엌 선반… 심지어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핸드백에 떨어지지 않게 진통제를 쟁여두었다.
약이 없으면 공포에 시달릴 정도.

2019년부터 1년 정도 요가를 해서 그런지
건강한 느낌도 들고 활력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었는데
온라인 요가로 전환하고 나서 요가에 재미를 잃기 시작하더니
결국 현재는 어떤 운동도 하고 있지 않다.

2022년 올해부터 약을 먹어도 통증이 너무 심하고
생 간… 같은 핏덩어리들이 마구 쏟아지는 걸 몇 번 경험하면서
더 이상 약이 듣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던 중.

6월 초 극심한 고통으로 응급실을 갔는데,
결국 대기 시간이 길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
세브란스 병원을 예약하고 하루를 기다렸는데
하늘이 핑핑 돌 정도의 극심한 고통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겪지 못한 고통이라 CT를 찍었지만
병명은 그냥 ‘생리통’ 일 뿐이고
자궁내막증과 선근증… 그동안 많이 들었던 병명을 듣자니
너무 허무했다.
차라리 그냥 다른 병이었으면 수술 같은 거라도 해서
이 고통을 끝낼 수 있었을텐데.

병원에서는 비잔이라는 약을 처방해주었다.
자궁 내 삽입 장치 ‘미레나’는 이미 효과 없음으로 판명이 났으니
할 수 없이 먹는 약으로 처방받았다.

 

비잔

(의약품 상세 정보 : https://nedrug.mfds.go.kr/pbp/CCBBB01/getItemDetail?itemSeq=201104470) 

 

이 약의 부작용은 부정출혈.
몸에 잘 받는 사람은 2개월 정도 이내에 아예 생리를 멈춘다고 했는데
선근증이 있는 나는 부정출혈이 지속되고 있다.
6월부터 9월 현재까지.

6월 17일 비잔 복용 시작
6월 2일 세브란스를 갈 때도 이미 출혈 중이었음

6월 20일 생리 같은 출혈, 생리통 심함
계속 출혈이 있었으나 복용을 중단하지는 않음
그전부터 처방받았던 훼로바 유 (빈혈약)을 아침, 저녁으로 복용
생리 후 며칠간 출혈이 멈춘 것 같았으나 한 번도 생리대를 안 하는 날이 없었음

 

훼로바-유

(의약품 상세 정보 : https://nedrug.mfds.go.kr/pbp/CCBBB01/getItemDetail?itemSeq=200101738)

 

7월 13일 생리 같은 출혈, 생리통 심함
역시나 부정출혈이 끊기지 않음
몸이 걱정되어서 잘 안 챙겨 먹던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기 시작
종합영양제, 비타민C, 비타민 B12, 엽산, 비타민D, 오메가3, 마그네슘& 아연, 프로폴리스, 유산균 등.

8월 22일 생리 같은 출혈, 생리통 심함
출혈이 지속되다 보니, 기운 없고 머리가 멍하고 활력이 없으며
극심한 피로감에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음
6시 퇴근 후 집에 오면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8시 전에 이미 침대에 누워있음
진통제를 너무 많이 먹다 보니 이 약도 이제 듣는 것 같지 않고,
진통제도 생각보다 비싸서 온찜질로 바꿨더니 좀 살만 함

9월 2일 아무래도 부정출혈이 너무 심해서 예전에 다니던 병원에 진료 예약
의사가 너무 태연하게 비잔 먹으면 원래 부정출혈이 심하다며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이 말해서 절망감을 안고 돌아옴

세브란스 의사는 이 병은 결국 자궁적출이 답이지만,
그게 꼭 그렇게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고
이제 좀만 더 참으면 폐경이 올 테니 약을 먹으면서 지켜보자 했는데
몇 개월간 계속 부정출혈을 하면 사람이 생명 유지가 가능은 한 건가…???

여기저기 후기를 찾아보기 시작.
비잔의 부작용으로 복용을 중단한 이유가 2가지가 눈에 띄었는데,
하나는 체중 증가, 하나는 부정출혈.
체중은 1킬로 정도 늘어난 거 같지만, 그건 예전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해서인 것 같고
부정출혈은 대부분 2-3개월 지속되면 못 참고 복용을 중단하는 것 같았다.

9월 17일이 되면 복용한 지 3개월이 되는데,
17일 무렵까지 부정출혈이 계속된다면…
복용을 계속할지 아닐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건강하고 평범한 삶을 누리는 그 당연한 것이
이렇게 감사할 일이라는 걸,
이제야 절절히 느낀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