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022 재택근무와 병상의 아버지, 유지어터의 집 밥

일주일에 한 번 주간회의로 출근. 재택근무 시작한 지 몇 주 되었는데, 재택근무하다 보면 팀원들과의 일상적인 수다가 그리울 때쯤 한 번씩 출근해 주니 출근하는 전 날 왠지 설렘? 재택근무로 변경한 이후로 대중교통 타고 출근하는데, 8시 출근이라 새벽같이 나가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 새벽에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항상 자극을 받는다.

 

새벽의 버스정류장

 

 

 

열띤 주간 회의로 목이 쉬었음.

 

 

 

 

 

응급실에서 아빠가 집으로 오신지 오늘로 딱 일주일째. 암세포가 이제는 온몸에 퍼져 더욱 쇠약해진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환부는 계속 진물이 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항암치료 끝내고 '나는 자연인이다' 같이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엄마랑 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게 여름이었는데. 아빠와 청계산으로 드라이브 갔을 때가 7월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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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건강하실 때 사진도 많이 찍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것도 많이 보고... 그럴껄. 그냥 각자의 삶에 바빠 많은 시간 같이 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그때는 그런 시간이 영원할 줄로만 알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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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중이지만 회의를 하러 출근할 때가 있고, 사무실에서 가끔 확진자가 나오니 혹시나 해서 백신 3차 접종을 하려고 예약했는데, 2차 접종 일이 10월 중순이어서 내년 1월이 돼야 맞을 수 있다고. 혹시라도 아빠에게 전파시킬까 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려고 아침과 점심에 식단을 먹다가, 닭가슴살이 정말 지겹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때부터 식단을 그만뒀는데 대략 그때부터 2kg이 증량했다. 먹고 싶은 거 배부르게 먹고, 밥 먹으면서 한잔하다 보니 증량되는 시간은 어찌나 짧은지.. 그래서 다시 식단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틈틈이 요가도 다시 하려고.

 

 

청상추 샌드위치. 치즈와 햄으로 단백질을 채웠는데, 사실 이건 식단이라고 부르기가 애매하다. 먹고 싶은 거 먹은 느낌? ㅎㅎ

 

 

그래도 성분을 생각해야 하니까 청상추 엄청 얹고 무설탕 잼을 발라서 두유와 먹었다.

 

 

 

이방원 보면서 닭 가슴살 카레 현미밥. 파프리카 1개 넣고 탄수화물, 단백질, 채소 구성 갖춤

 

 

 

 

'파스타 다이어트'라는 책을 보고 홀 위트 파스타는 맘 놓고 먹고 있는데, 카펠리니 면이 질려서 일반 파스타면으로 엔초비 해물파스타를 해봤다. 파마산 치즈가루는 뿌려줘야지. (읭?) 결국 다이어트 식단은 아닌 걸로 ㅎ 그래도 양심의 가책으로 블랙 올리브 잔뜩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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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산 해물 믹스는 다 괜찮은데 오징어가 마치 무슨 대체육같은 느낌이라 다음엔 다른 걸 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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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아프시니 맛있는 것을 먹어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연말이 다가와도 별 흥이 나지 않는다. 이런 나의 상황을 아는 남자친구도 큰 이벤트 없이 조용히 집에서 보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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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퇴근 후 간단히 저녁을 챙기고 2-3시간 아빠 말동무를 해드리는 게 전부인데도 환자 옆에 있다는 것이 가끔 힘에 부치는데, 어떻게 엄마와 오빠는 이 시간을 견디고 있는지... 이기와 효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내 마음이 들여다보이는 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