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 정 투약 일기 (02) - 어지러움, 우울감, 하체 뻣뻣함

비장 정 투약 3개월째. 

 

6월 17일부터 9월 17일,

오늘로 정확히 3개월이 되었다.

이렇게 심한 부정출혈에도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버틴 나, 칭찬한다.

(미련한 걸 수도...)

 

여전한 부정출혈

빈혈약을 아침저녁으로 먹고 있지만

출혈이 계속 있다 보니 어지러움증이 심해져서

운전이 불편해졌다.

 

추석 연휴에 아빠에게 다녀오는 1시간 거리의 운전도

머리가 멍하고 눈이 마르고 어지러워

신호가 걸릴 때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출혈이 더 심해지면

그때는 진짜 운전을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분간 아빠를 보러 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슬퍼졌다.

 

하체의 뻣뻣함을 느끼는 건 자주 느끼는 증상은 아니고

어쩌다가 가끔 느끼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에서 다리를 일으켜 바닥에 발을 내딛고 걸음을 떼면

무릎이 부러지는 것처럼 뻣뻣하니 굽히기가 어렵다.

한 3-4걸음 걸어서 몸을 좀 풀어주면

그때서야 다리가 풀린다.

 

기름칠을 하지 않아 잘 구부리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이 증상을 느낀 후로 취침 전에 침대에 누워서 다리를 많이 풀어주지만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비잔 정 상세 정보에 보면

아무래도 호르몬 약이다 보니 우울감을 느낀다고 나와있는데

그동안은 못 느끼고 지낸다고 생각했다.

호르몬 약을 먹은 게 2009년부터라서

만성화되어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최근에 느껴지는 우울감은 

뭐랄까...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절망감...

무력감...

아빠 생각에 사무실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사람도 만나기 싫고...

술 약속이라도 생길 것 같으면

생각만으로도 굉장한 스트레스..

 

내가 지금 우울하구나, 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그 기분에 침잠되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역시나 나의 감정 상태는 '우울'이다.

 

그래서 역시나

고양이들을 더 많이 만지고

더 많이 말을 걸고

유쾌한 예능을 보고 웃으려고 노력한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출혈은 요 며칠 줄어든 것 같은데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끝 -